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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의 목욕 문화2
Date : 2004.05.27 20:41:18
Name : 올리바 Hits : 6851

이슬람의 목욕탕 -주간조선 1805호 문화/레저 | 2004/05/27 11:56

'그 곳’만은 신에게도 보여줄 수 없어요…
공중 욕탕서도 팬티 입거나 타월로 가려
 

 

▲ 함맘 내부의 모습. 천장은 반구형으로 되어있고, 손님들은 욕조 대신 돌판에 드러누워 마사지를 받거나 휴식을 취하곤 한다.

시리아에는 인간이 계속 거주해온 세계 최고(最古)의 도시가 둘이나 있다. 그 역사가 4000년이나 되는데, 수도 다마스쿠스와 제2의 도시인 알레포(Aleppo)가 그것이다.

 

유네스코 또한 아랍 전통의 도시구조와 건축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여 1986년 이 두 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런 알레포에서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구시가 한가운데 우뚝 솟은 원뿔형 언덕이다. 윗부분을 반듯하게 잘라 평평하게 고른 다음 가장자리에다 돌로 성벽을 쌓았는데 두께가 1m 내외나 된다.

 

거기엔 활 쏘는 구멍과 성벽으로 접근해오는 적을 향해 뜨거운 물이나 기름을 부을 수 있는 구멍도 있어 방벽으론 나무랄 데가 없다. 그래서 시타델(성채)이란 이름이 붙었다. 방벽 안으로는 왕궁과 원형극장, 함맘(공중 욕탕), 모스크, 창고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또 60m 깊이의 우물이 있고 최악의 경우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하통로를 파서 물탱크, 곡물 창고와 연결시켜 놓았다.

 

높은 곳이라 무엇보다 전망이 좋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 서니 구시가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인 대모스크와 높다란 미나레트(첨탑)는 물론 시타델 바로 아래서 돔 지붕을 이고 있는 노란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돔 지붕에는 조그만 구멍이 여럿 뚫려 있는 게 함맘 같았다.

 

뜨거운 물 담아두는 큰 욕조 보이지 않아

 

오랜 여행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도 풀고 함맘이 어떤 곳인지도 궁금해 그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벽돌 건물이라 외관은 무척 단단해 보였다. 이슬람 장식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 큰 홀이 나왔다. 휴게실 겸 탈의실이었다.

 

▲ 알레포 구시가 전경. 모스크, 함맘, 마드라사(이슬람학교), 칸(전통여관), 수크(시장), 전통가옥들이 즐비한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남탕과 여탕은 출입구부터 달라 서로 부딪치거나 잘못 들어갈 일은 없어 보였다. 휴게실에선 이미 목욕을 끝낸 사람들이 물담배와 차를 즐기고 있었고 그 사이로 아라베스크(아랍풍)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애잔한 선율이 흘러 함맘은 사교ㆍ휴식 공간이란 느낌을 주었다.

 

목욕실은 원형구조라 천장은 하늘을 닮은 반구형(半球形)이었고, 거기에 구멍이 뻥뻥 뚫려있어 별들로 수놓인 밤하늘을 방불케 했다. 알고 보니 환기와 조명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뜨거운 물을 담아두는 큰 욕조는 보이지 않았다. 벽에 달린 수도꼭지 몇 개와 개인용 작은 수조가 있을 뿐이었다. 커다란 욕조가 들어선 중심공간에는 마름모꼴의 돌판이 놓여있어 사람들은 그 위로 올라가 드러눕곤 했다.

 

▲ 아랍 지역의 남자들은 시간이 나면 물담배를 피거나 홍자를 마신다. 그래서 어디서나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목욕을 한다면서도 발가벗은 알몸이 아니었던 것이다. 타월을 둘러 아랫도리를 가리거나 아예 팬티를 입은 채 입실했다. 탈의실에서 이미 그걸 눈치챘기에 나 역시 큰 타월로 아랫도리를 가렸지만 그 후에도 요르단의 최북단 마을 함메(Hamme)란 곳에서 실내온천장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모두 팬티 차림이었다. 그런 모습을 한 번도 아니고 두 차례나 보고 나니 아랍인들은 절대로 알몸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함메에선 시설이 작아서인지 남탕과 여탕을 따로 두지 않고 각기 이용 시간을 달리해 손님을 받고 있어 흥미로웠다.

 

▲ 연속 아치형 구조로 된 알레포 대모스크의 화랑. 신비스런 느낌을 갖게 한다.

때 밀어주는 사람도 없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여자들도 분명 맨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몸을 씻으면서도 그 곳을 가리는 걸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긴 해도 ‘그 곳’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대단한 수치로 여긴다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았다. 심지어 신에게조차도.

 

알레포의 함맘에서는 손님이 원하면 비누칠이나 마사지도 해주었다. 호기심에서 마사지를 한번 받아보았는데 피로가 확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네처럼 때를 밀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들은 때라는 것을 벗길 줄 모르고 있었다. 몸을 씻은 다음 땀을 빼고 피로를 풀고는 다시 샤워를 한 번 하는 것으로 목욕을 끝내는 것이었다.

 

로마로부터 화려한 목욕 문화를 받아들여 사막 생활에 알맞게 변형시켜 만들었다는 함맘은 오랜 세월 동안 아랍ㆍ이슬람 사회에서 요긴한 존재였는데 어쩐 일인지 우리에게는 ‘터키탕’ 등으로 불리면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다. 내가 보기에 함맘은 절대 해괴하거나 음란하지 않았다. 오히려 깨끗하고 건전한 휴식 공간으로서 삶의 활력을 재충전시켜주는 사막 사람들의 공중 목욕탕일 뿐이었다.

 

알레포(시리아)=글·사진 권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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